‌ * 어느 가을 겐트의 시점입니다.
 * 드림주의 서사에 맞게 스토리가 변형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의 해주세요.



 아침의 기상은 늘 똑같다. 언제나와 같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조심스럽게 닫고 있던 눈꺼풀을 열었다. 기분이 매우 별로였다. 아아, 하지만 그래 난 모험가니까 나를 찾는 소리를 무시 할 순 없겠지. 자신을 그렇게 세뇌시키며 귀를 열었다. 늘 똑같은 같은 의뢰, 의뢰, 의뢰뿐이었지만 지루하진 않았으므로 본인은 만족하고 있었다.
 안톤 토벌을 위해 천계에 갔었던 그녀는 다시 아라드로 돌아왔다. 이유는 없다 제가 태어난 고향인 천계보다 아라드가 좀 더 익숙했고 쉬기에도 편했다. 자신이 내려오기 전까지 천계에선 시끄럽게 아무렇게나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만했다. 그것은 모험가, 포리아 에게도 꽤나 고역인 일이었다.
 어느새 자란 금빛 머리카락을 땋았다. 슬슬 머리모양을 바꿔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익숙한 게 편한 법이었다. 금발의 머리카락은 예전에 비하면 색은 조금 옅어졌지만 여전히 햇빛에 빛나고 있었다.
 “모험가님~ 좋은 물건이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어떠세요?”
 “...좋아, 나 이 날을 위해 잔뜩 골드를 모아 왔다구.”


 “나, 천계로 돌아갈래.”
 “그러게 넌 도박체질 아니라고 했잖아. 하여간 사람 말을 안 들어요.”
 “…….”
 제 옆의 빵과 우유가 가득한 주머니를 보며 포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와, 완전히 꼴았네……. 혼잣말로 중얼 거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짧게 손을 흔들며 옆의 사람과 인사를 한 뒤 그녀는 빠르게 걸어갔다.
 “하하... 뭐, 계기야 어찌됐든 오랜만에 가는 거니까. 그사이 날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선착장에 도착해, 천계로 향하는 발을 내딛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포리아 등장!”
 “시끄러워... 왜 왔어...?”
 “너무하네, 오랜만에 만난 누나인데..”
 “장난치지 마 누가 누나라는 거야. 내 가족은 리아 밖에 없어.”
 “정말 정 없는 놈이라니깐.”
 “안 온다며? 왜 온 거야?”
 공구들을 만지던 멜빈은 고개를 들어 그제야 포리아와 눈을 마주쳤다. 포리아는 시선을 돌려 자신이 가져온 주머니를 내밀었다. 멜빈은 그것을 보더니 한숨을 또 쉬었다. 모험가가되더니 이상한 쪽으로 취미를 들인 거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포리는 심술이나 유치하게, 그의 공구들을 발로 살짝 찼다.
 “왔으면 메릴이나 만나러가.”
 “잔소리 들을 거 같은데? ...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나러가는 건 좋은 생각 인거 같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빠르게 뛰어나갔다. 멜빈은 굳이 눈길을 주지 않고 제가 하려고 했던 행동에 다시 집중했다.

 “테미 대위~!!”
 포리아가 반갑게 부른 사람은 천계군 소속의 테미 대위였다. 이전 안톤 토벌 후 잠시 천계에 들렀을 때 금방 그녀와 친해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두 사람은 합이 잘 맞았다. 말을 한번 트더니 같이 맛 집 탐방이라도 가자는 약속을 잡을 정도였다.
 “아, 포리아 님! 천계로 돌아오신 건가요? 안 올 것처럼 이야기 하시더니…….”
 “원래 인생은 뜻대로 안 되는 법이지.”
 “그런데 손의 그건...?”
 “아... 먹을래? 정말... 맛있는... 수제 빵과 우유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조금 화가나있었다. 테미는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 같았으니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하... 저 말고 대령님께 드려야할 것 같네요. 그 인간 요즘도 밥은 잘 안 먹으니까요. 아 말 나온 김에 같이 가실래요? 모험가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꽤나 많거든요.”
 “그건 좀 반가운 소리네. 그럼 그럴까?”
 포리아와 테미는 나란히 걸었다. 키는 테미가 훨씬 컸다. 멀리서보면 언니와 동생사이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작은 키는 그녀에겐 조금 콤플렉스 같은 것이었다. 본래 천계인 이라면 키가 더 커야 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왜일까? 어릴 때 아라드로 떨어져서일까? 키는 천계인의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사무실에 사람은 고작 세 명뿐이지만 그래도 들어오세요.”
 사무실의 문이 열렸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있었다. 포리아는 최대한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다. 사무실에 있던 또 다른 사람, 루카스 소위가 그녀를 먼저 반겨 주었다.
 “말로만 듣던 포리아 모험가님이시군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저 그렇게 유명한가요?! 기쁘네요. 살면서 받을 관심 지금 다 받는 느낌이랄까…….”
 “...대령님도 서류만 보지 말고 포리아 님이랑 인사라도 하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모험가님. 오랜만이군요.”
 “네, 그러네요. 그런데 모험가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주시기로 하셨잖아요.”
 “...네. 죄송..합니다. 그럼 포리아 님. 그런데 천계로는 안 돌아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
 “그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죠. 너무 많이 들었어요.”
 “?”
 포리아는 흠흠. 하고 짧게 기침했다.
 “그건 그렇고 사무실에 사람이 세 명뿐인가요?”
 “뭐……. 워낙에 사람이 없으니까 어쩔 수없는 거죠. 덕분에 셋이서 일을 처리하느라 얼마나 힘들다구요.”
 “어라, 그런데 지금 일하는 중이었나요? 전 이만 나가볼까요? 인사도 했으니...”
 “잠깐만요!”
 “??”
 “루카스 소위. 남은 일은 다 처리 할 수 있지?”
 “예?”
 “아무튼 남은 일은 저희가 할 테니까 대령님은 순찰이라도 도시는 게 어떠세요? 안톤은 토벌했지만 분위기는 아직 좋지 못하잖아요.”
 테미는 필사적이었다. 이 답답한 두 사람을 위해 필사적이었다. 운은 무어라 거절을 할까 싶었지만 제 부하의 눈빛이 너무나도 완강해서 거절을 하지 못했다.
 그 상황을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던 포리아는 이게 뭐지? 하고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운과 포리아는 둘이 남게 되었다. 와 이게 뭐지?
 “? 이렇게 된 거같이 순찰이나 가죠!”
 “괜찮으십니까? 순찰은 저 혼자만으로도 괜찮습니다만.”
 “혼자하면 외롭잖아요~ 저 어차피 한가해요. 천계를 돌아보는 것도 모험가로서 할 일 중 하나겠죠!”
 운은 포리아를 이길 수 없었다. 항상 자신을 보며 밝게 말하는 모습을 쉽게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금색의 머리카락을 흔들며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다른 사람이다. 떠올리지 말자.
 “천계의 상황은 조금 나아졌나요?”
 “...죄송합니다. 방금 뭐라고…….”
 “...아뇨. 그냥 지금 천계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해서요. 예전 보다는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그렇군요. 하지만 근본적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제국군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거나 다름없고요.”
 “그렇군요... 뭐, 그래도 저는 언제나 천계편이지만요.”
 “그런 말을 들으면 안심이 됩니다.”
 포리아는 운을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이제야 느낀 운은 제 얼굴을 한 쪽 손으로 감싸며,
 “이상한 점이라도...?”
 “방금... 웃은 거 같아서요. 운도 웃을 줄 아는 군요.”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군요. 주위에선 늘 웃는 건 안 어울린다는 말만 들어와서.”
 “그런가요? 잘 어울릴거 같은데요. 안 웃은지 오래돼서 그런 것뿐일 거라구요. 그러니 지금 부터라도 웃어요.”
 말을 내 뱉고 포리아는 너무 무책임하게 말을 했나 싶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웃으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생각 좀 하고 살자 포리아! 혼자 속으로 대내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무, 물론 그런 일이 있을 땐 웃어도 된다는 뜻이에요! 아, 아무튼 웃으면 어딘가 편한 느낌이 들잖아요?!”
 “확실히 그 말에는 동의합니다. 포리아님이 웃는 모습은 그런 느낌을 주니까요.”
 “네? 그, 그런가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상대방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기 마련이었다. 포리아는 지금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당장이라도 거울을 확인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얼굴 빨개졌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처음 봤을 땐 오히려 불편한 느낌이었습니다.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분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늘 인사해주는 포리아 님을 보니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아직도 제 앞에 나타다다니 조금은 신기하네요.”
 그 순간 운은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희미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확실히 웃고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도 작은 희망의 빛이 들어온 걸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그에게 가느다란 빛이 흘러 들어온 것이다.